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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국순전 해설(가전체의 효시)

가전체 문학

 

가전체는 계세징인(세상 사람들을 경계하고 징벌함)을 목적으로 사물을 역사적 인물처럼 의인화시켜 그 가계와 생애 및 개인적 성품, 공과를 기록한 의인체 문학 갈래입니다.

 

고려 중기 이후 등장한 신진사대부들에 의해 창작된 가전체는 구전으로 전해지던 설화와 달리 개인의 창의성이 가미된 허구적 작품이라는 점에서 소설 문학 양식과 근접해 있습니다.

 

가전체라는 새로운 갈래의 등장은 신진사대부들의 사상적 특질과 관련되는데, 이들은 기존의 귀족들과 달리 세상과 인간 생활의 실제적 사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사물에 대한 합리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사물과 관념을 긴밀하게 통합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려 했습니다.

 

가전체는 구체적 사물의 특성을 바탕으로 이에 대한 이념적 해석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교술적 특성을 지니며, 이념을 드러내는 방식에 있어서 구체적인 사물을 어떤 인물의 허구적 생애로 서술한다는 점에서 서사적 특성을 지닙니다.

 

주요 가전체 문학에는 술을 의인화 한 <국순전>, <국선생전>, 돈을 의인화 한 <공방전>, 거북을 의인화 한 <청강사자현부전>, 종이를 의인화 한 <저생전>, 대나무를 의인화 한 <죽부인전>, 지팡이를 의인화 한 <정시자전> 등이 있습니다.

 

가전체는 사물을 의인화 한 전기적(일대기적) 구성을 지니는데 '도입 - 전개 - 비평'으로 구분되며, 비평 단계에서는 허구적 인물에 대한 사신의 평가가 제시되어 있어, 작가의 창작 의도(계세징인)를 명확하게 드러낸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국순전 해설(가전체의 효시)

 

임춘의 '국순전'은 '술'을 의인화 한 작품으로 현전하는 가전체 문학의 효시입니다.

 

'국순전'은 가전체의 특징적인 '도입 - 전개 - 비평'의 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국순('국'은 누룩을, '순'은 진한 술을 뜻함)은 사람들에게 기운을 더해 주고 즐거움을 주는 능력이 있어 왕의 총애를 받아 정계로 진출하여 국가 중대사에 참여했지만, 왕의 마음을 혼미하게 하고 재물을 탐하기만을 좋아했다.

어느날 임금이 국순의 입에서 냄새가 난다고 싫어하자 국순은 자리에서 물러나 집으로 돌아온 후 갑자기 병들어 하루저녁에 죽는다.

마지막 비평 단계에 이르러 사신이 말하기를,
"국씨의 조상이 백성에게 공이 있었고, (중략) 순이 설병의 지혜로 독 들창에서 일어나서, 일찍 금구의 뽑힘을 만나 술 단지와 도마에 서서 담론 하면서도 옳고 그름을 변론하지 못하고, 왕실이 미란하여 엎어져도 붙들지 못하여 마침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었으니, 거원의 말이 족히 믿을 것이 있도다."라고 하였다.

 

작가는 '술'을 의인화한 '국순'을 등장시켜 그의 내력과 행적, 공과을 밝힘으로써 술의 이로움과 해로움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국순의 전횡과 비참한 결말을 통해 술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함으로써 사람들이 지나치게 술에 탐닉해 방탕해지는 것을 경계합니다.

 

또한 이 작품은 방탕한 임금과 그런 임금에게 아첨만을 일삼는 간신배들의 행태를, 인간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술에 비유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즉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과도한 음주의 폐해에 대한 세상 사람들에 대한 경계와 더불어, 당시 술과 향략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던 임금과 간신배들의 행태를 풍자하고 경계하고자 했습니다.

 

임춘의 <국순전>은 훗날 이규보의 <국선생전>에 영향을 주는데, 이규보의 작품에서는 '술'을 의인화 한 주인공 '국성'이 위국충절의 긍정적인 신하로 형상화되어 나타납니다.